【경기뉴스원/경기뉴스1】 |‘버리는 곳이 없다’는 말은 곧 ‘어디에나 흩어진다’는 의미일 수 있다. 소각재는 눈에 띄지 않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도심 도로와 건물 속에 쌓이고 있다. 자원순환이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갖기 위해선, 재활용의 방식과 결과에 대한 엄격한 감시와 투명한 정보공개가 선행돼야 한다.
생활폐기물 처리 문제는 더 이상 특정 지자체의 골칫거리가 아니다. 쓰레기 발생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매립지는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직매립 금지' 정책을 앞다투어 추진하고 있고, 그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폐기물 소각 후 남은 소각재를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친환경 재활용’이 또 다른 환경오염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각재에 포함된 중금속, 다이옥신,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등이 재활용 과정에서 공기 중에 확산되거나, 빗물에 녹아 도로 침출수로 흘러나와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생활폐기물 소각 후 남는 소각재는 시멘트 생산 공정의 원료나 아스팔트 혼합재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국내 시멘트 업계는 폐기물 연료와 소각재를 소성로에 투입해 클링커(시멘트 원료)를 생산하고, 이를 도로 포장, 공공건물 바닥, 콘크리트 벽체 등으로 활용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소각재에 포함된 유해 물질이 고온에서 완전히 분해되지 않거나, 재료 속에 고착되지 않고 서서히 누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빗물에 노출된 도로에서 침출수가 발생하고, 이 침출수에는 카드뮴, 납, 비소, 6가 크롬 등 중금속이 포함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2022년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일부 지자체 도로 인근 빗물 배수구에서 법적 기준치를 초과하는 중금속 침출수가 검출된 사례도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소각재를 사용한 도로가 방대한 면적에 걸쳐 시공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민 전체가 잠재적 노출 대상이 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인천광역시는 2026년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전면 금지됨에 따라, 공공소각시설 확충과 감량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하루 4,170톤에 달하는 생활폐기물 중 837톤을 소각하고 있으며, 이 소각재 중 상당 부분은 재활용된다. 시는 이를 통해 매립량을 2020년 하루 324톤에서 2024년에는 179톤/월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이러한 정책에 우려를 표한다. “매립을 줄이기 위해 소각재를 도로나 건축재로 ‘재활용’한다는 명목으로 사회 곳곳에 분산시키는 것은 ‘우회적 매립’일 뿐”이라며, “환경영향평가와 국민 안전을 우선시하지 않는 제도 운영은 결과적으로 또 다른 환경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침출수뿐만이 아니다. 도로 포장이나 공사 현장에서 비산되는 미세분진을 통해, 소각재 속 유해성분이 공기 중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지적된다. 고온에서 처리된 소각재는 입자가 작고 가벼워 외부 충격이나 마모에 취약하다. 이는 미세먼지나 분진 형태로 비산될 수 있으며, 호흡기를 통해 인체로 유입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소각재 재활용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재활용 제품의 안전기준은 있지만, 사용 이후의 장기적 누출, 기후 변화에 따른 용출 패턴 변화, 광범위한 도로 면적에 대한 누적 오염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환경단체들은 “자원순환은 필요하지만, 재활용이 곧 ‘안전하다’는 인식은 착각”이라며, “소각재의 재활용은 반드시 공공 감시와 과학적 검증을 동반해야 하며, 시멘트·아스팔트 사용 전 반드시 환경영향 사전평가와 침출 테스트가 의무화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환경부는 “소각재 재활용 기준을 강화하고, 지자체와 협력해 사용 범위를 제한하거나 검증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