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진짜한국] IMF는 왜 미국의 재정 위기를 제어하지 못하는가..어둠속에 갇힌 세계경제

  • 등록 2025.07.25
크게보기

국제 금융 질서의 감시자가 슈퍼파워 앞에서 침묵하는 이유
미국 재정 적자를 외국에 전가할 수 있나

[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세계 경제가 미국의 재정 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감시하고 조율해야 할 국제통화기금(IMF)은 조용하다.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는 이미 연간 1조 8천억 달러를 넘었고, 국가 부채는 34조 달러를 돌파했다. 이자 부담만으로도 연간 1조 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그 비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MF는 단 한 번도 미국에 대해 구조조정을 요구하거나 강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왜 IMF는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재정 위기 앞에서 침묵하는가? 그 답은 구조적으로 매우 단순하다. IMF는 미국을 견제할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IMF는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 속에서 미국 주도로 창설된 국제기구다. 초기 목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의 회복과 안정을 지원하는 것이었지만, 이후 위기 국가에 자금을 지원하고, 정책 개혁을 요구하는 글로벌 감시자로 진화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IMF의 최대 출자국이자 사실상 거부권을 가진 유일한 국가다. 미국은 IMF 전체 의결권의 약 17.4%를 보유하고 있고, 주요 의사결정은 85% 이상 찬성을 필요로 한다. 이는 미국이 원하면 어떤 결정이든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IMF는 그동안 수많은 국가들—아르헨티나, 그리스, 스리랑카 등—에게 혹독한 긴축 정책과 개혁을 강제해왔다. 그 국가들의 부채 비율이 높아졌을 때, IMF는 즉시 개입해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외환·재정 정책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미국이 GDP의 120%에 가까운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도, IMF는 단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장기적 우려”라는 표현만 반복하고 있다.

 

이 차이는 단지 미국의 힘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은 세계 유일의 기축통화 발행국, 즉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국가다. 대부분의 국가는 외채를 상환하기 위해 외화를 벌어야 하지만, 미국은 자신이 발행한 달러로 채무를 해결할 수 있다. IMF가 개입하는 전형적 위기는 ‘유동성 부족’이지만, 미국은 원칙적으로 그런 위기에 빠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 미국은 돈이 부족해지는 나라가 아니라, 돈을 만드는 나라다.

 

이처럼 미국은 IMF가 개입할 수 없는 정치적, 구조적 특권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IMF는 그 구조상 미국을 건드릴 수 없고, 미국은 자신의 재정 방만함에 대해 사실상 아무런 외부 제약도 받지 않는다. 그 결과, 미국은 감세, 지출 확대, 금리 정책 등 전 세계 경제에 파급력을 미치는 결정을 국내 정치 논리에 따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

 

결국 IMF는 미국의 재정 위기 앞에서 아무런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공식적으로는 "권고"를 내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이는 IMF가 미국이 만든 시스템 안에서 작동하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문제의 중심에 있을 때, IMF는 침묵하거나 눈을 돌리는 수밖에 없다.

 

오늘날 국제 통화 질서는 미국이라는 단일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IMF조차 그 체제의 일부로 묶여 있다. 미국은 세계의 감시자 위에 군림하며, IMF는 그 감시자가 감시할 수 없는 유일한 나라를 지켜보고만 있다. 국제사회가 진정한 금융 안정을 원한다면, 이 구조적 모순부터 직시해야 할 것이다.

 

유형수 기자 rtnews@naver.com
Copyright @경기뉴스원(경기뉴스1) Corp. All rights reserved.

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주소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로393번길 23E-mail : rtnews@naver.com등록번호 : 경기,아53644 | 등록일 : 2023-06-05 | 발행인/편집인 : 유형수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김성헌) | 전화번호 : 031-706-2080ㅣ010-9917-9500Copyright @경기뉴스원(경기뉴스1)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