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불법 질주”…도심 질서 무너뜨리는 플랫폼 노동 현실

  • 등록 20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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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 끝의 사고…‘도로 위의 폭주’에 시민 불안

플랫폼 노동자들의 무분별한 교통법규 위반이 도시 곳곳에서 일상적인 위험으로 번지고 있다. 인도 질주, 신호 무시, 역주행, 헬멧 미착용 등 ‘불법 질주’가 일상화된 배달 현장은 이제 보행자에게 공포의 대상이 됐다. 단순한 개인 일탈이 아닌, 성과 중심의 고용 구조와 제도적 사각지대가 만든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플랫폼 노동자 책임 명시한 제도 개정 움직임

 

플랫폼 노동자의 교통안전 문제와 관련해, 제도적 개선을 위한 움직임도 일고 있다.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소속 이재영 의원(더불어민주당, 부천3)이 대표발의한 「경기도 플랫폼 노동자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9월 10일, 경기도의회 제386회 임시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은 플랫폼 노동자를 단순한 보호 대상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스스로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도민의 생활안전 유지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책무’를 명문화한 것이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제도 변화가 일방적인 보호에서 벗어나, 플랫폼 종사자의 ‘책임 있는 활동’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출퇴근길, 주택가 골목마다 아슬아슬한 오토바이의 질주가 눈에 띈다. 무리한 속도 경쟁, 신호 무시, 보행자 사이를 가르는 주행까지… 플랫폼 배달 종사자들의 교통법규 위반은 더 이상 일부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 남부의 한 중소도시 시민 A씨는 “아이 손을 잡고 걷기도 무서울 지경”이라며 “오토바이가 갑자기 인도를 올라오는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이라고 불안함을 토로했다.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이륜차 교통사고는 2만 건을 넘어섰으며, 그 중 약 30%가 배달 플랫폼 관련 사고로 분석됐다. 특히 보행자와의 충돌 사고는 5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하며, 단순 위반을 넘어선 '도심 내 위협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부주의나 무책임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플랫폼 노동자 다수는 건당 수익을 기준으로 수입이 결정되는 구조에 놓여 있다. 즉, 더 많이, 더 빠르게 배달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현실이 위반을 강요한다.

 

한 현장 라이더는 “배달 1~2건 차이가 수익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며 “지키고 싶어도, 정체된 길에선 신호나 차선을 지키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이른바 ‘불법 질주’는 생존 수단이자 구조적 폭력의 결과인 셈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실질적인 고용주 역할을 하면서도, 안전 교육이나 관리 책임에선 한 발 물러나 있다. 노동계는 “사고 발생 시 책임은 라이더에게 전가되고, 산재보험 가입률도 저조하다”며 “기업은 수익만 가져가고, 위험은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자체와 경찰은 이륜차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나, 현실적 한계도 뚜렷하다. 번호판 식별이 어렵고, 골목길 등 사각지대가 많아 단속은 ‘뒷북 대응’에 그치기 일쑤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행자 신고가 있어도 실시간 추적이 어렵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플랫폼 기업에 안전 교육 이수 의무화, 위반 이력자 제재 시스템을 도입하고, 기본임금을 포함한 혼합형 수익 구조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결국 노동자 본인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과속, 무단횡단, 헬멧 미착용 등은 사망사고로 직결될 수 있음에도, 많은 플랫폼 종사자들은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목숨을 담보로 한 속도 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교통연구 전문가들은 “이 문제는 단순한 단속 강화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정책, 제도, 기업 책임, 시민 인식이 함께 바뀌어야 도심의 교통 질서가 회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산업의 성장 이면에는 ‘규칙 없는 경쟁’, ‘책임 없는 구조’, ‘위험한 속도’가 자리잡고 있다. 단 몇 분의 차이가 생명을 앗아가는 비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금이야말로 ‘불법 질주’의 고리를 끊어내야 할 시점이다.

유형수 기자 rt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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