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본격화된 수원시의 재건축과 역세권 복합개발 사업이 도시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
2030년까지 노후 주거지는 아파트 숲으로 재편되고, 26개 철도역을 중심으로는 상업·업무시설을 포함한 고밀도 콤팩트 시티 개발이 추진된다.
‘살기 좋은 수원’이라는 목표 아래, 도시의 전면적인 리뉴얼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개발의 속도와 규모에 비해, 도시가 실제로 이를 흡수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아파트 입주물량의 급증, 상업공간 공급의 폭발, 그리고 수요의 한계.
지금 수원은, 눈부신 개발의 뒤편에서 ‘공실률’이라는 구조적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재건축으로 몰려오는 입주물량, 수요는 따라오지 못한다
수원은 지금, 재건축의 활황기다.
영통구와 권선구, 장안구 일대를 중심으로 대단지 재건축이 연이어 승인되거나 착공 중이다.
2025년부터 2028년까지는 연도별로 수천 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이를 “생활의 대전환”이라 표현하며, 시민들의 주거 환경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시 전체 인구가 정체 또는 소폭 감소하는 추세 속에서, 이같은 대규모 공급이 실제 수요와 맞물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젊은 인구는 수도권 외곽으로 확산되고, 고령화는 가속화되는 가운데,
‘누가 이 집에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 개발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역세권 중심 상업개발…비워지는 공간의 그림자
여기에 더해지는 것이 수원시의 ‘역세권 복합개발’이다.
수원시는 총 22개 역세권을 미래성장 거점으로 지정하고,
업무·상업시설을 중심으로 한 압축형 복합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청역, 수원역 등은 반경 500m 내 대규모 상업지구로 개발되며, 전체 상업시설 비중은 35% 수준까지 늘어난다.
문제는 이 같은 상업공간이 실제 수요를 초과할 가능성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까운 기존 상권과의 중첩,
그리고 과잉 공급으로 인한 상가 공실 증가를 주요 리스크로 지적한다.
서울 외곽 신도시 사례에서도 확인된 바 있듯,
단기간 내 상업시설이 급증할 경우 20~30%대의 공실률은 현실이 될 수 있다.
특히 대규모 상가나 오피스텔이 주거지와 함께 동시에 들어설 경우,
주간 유동인구 부족으로 공실 상태가 장기화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도시개발, ‘속도’보다 중요한 건 ‘흡수력’
수원시는 역세권 개발을 통해 도시의 체질을 바꾸고,
재건축을 통해 노후한 도시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도심복합개발법(2025년 2월 시행 예정)에 맞춰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투자 유치를 병행하는 전략도 적극적이다.
그러나 도시는 인프라의 합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이 살아야 집이 의미 있고, 수요가 있어야 상권은 유지된다.
지금 수원시에 필요한 것은 개발의 속도보다, 그 결과를 흡수하고 유지할 수 있는 ‘균형’이다.
분산된 입주 시기 조정, 상업시설 비율 재검토,
지역 수요 기반의 개발 전략 재정비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수원이 꿈꾸는 ‘살기 좋은 도시’는 빈집과 빈 점포로 가득 찬 도시로 전락할 수도 있다.
개발의 그림자를 직시해야 할 때
수원은 지금, 도시개발이라는 거대한 수술대 위에 올라 있다.
그 방향은 대담하고, 의도는 분명하다.
그러나 도시의 미래는 속도보다 정밀함이 좌우한다.
공간은 늘릴 수 있지만, 수요는 쉽게 늘지 않는다.
입주물량과 상업시설의 폭증은,
도시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