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2025년 5월, 경기도의회는 ‘AI 기반 예산·결산 분석 지원시스템 구축’이라는 이름 아래 기술입찰을 앞두고 제안서 평가위원을 공개모집했다.

외부 전문위원이 공공 기술사업을 평가하는 일은 새롭지 않지만, 이번 절차는 그 ‘기준’과 ‘목적’ 면에서 많은 점을 시사한다.
이 사업은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의 방대한 예산·결산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고서 초안까지 자동으로 도출해주는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그만큼 사업의 복잡성도 크고, 정책적 파급력도 만만치 않다. 단순히 몇 줄의 코드나 인터페이스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의회의 예산 감시 기능, 즉 민주적 통제의 디지털화를 구현하자는 것이다.
이런 사업에서 제안서를 평가하는 이들은 단순히 기술적 식견을 가진 전문가로는 부족하다. 이번 모집 공고에 명시된 자격 요건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소 3년 이상 해당 분야에서 근무한 공무원, 대학의 조교수 이상, 기술사나 박사 학위 소지자 등… 겉보기엔 단순한 스펙 나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기술적 타당성과 정책적 현실감각을 함께 갖춘 사람을 찾겠다는 분명한 의지다.
또한 ‘공정성’은 이 평가의 또 다른 축이다. 과거 유관 용역을 수행했거나, 최근 3년 이내 평가대상 기업에 근무했거나, 이해당사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아예 후보자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리고 최종 위원은 공개 추첨으로 선발된다. 위원의 실명이나 구성도 평가 당일까지 철저히 비공개로 유지된다. 이 모든 절차는 행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짜여진 평가’를 원천 차단하려는 장치들이다.
우리는 흔히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같은 기술만을 혁신이라 부른다. 그러나 진짜 혁신은 그 기술을 어떻게 도입하고, 누구의 손에 맡길지를 결정하는 방식에서 시작된다. 누군가의 전화를 받지 않는 것, 특정 업체를 피해서 위원을 선정하는 것, 작은 이해관계에도 제척을 적용하는 것. 그런 행정의 태도야말로 기술보다 더 어렵고도 중요한 혁신이다.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행정 절차는 단지 형식이 아니다. 그것은 신뢰이고, 또 사회 전체가 기술을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정당한 절차 없이 도입된다면, 결국 그것은 불신과 갈등만을 남긴다. 반대로, 평가과정이 신뢰를 얻는다면 결과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이번 경기도의회의 평가위원 공개모집은 아직 완전하지는 않아도, 그 방향성과 기준은 주목할 만하다. 단지 시스템 하나를 만들기 위한 일이 아니라, 공공 기술사업이 어떻게 시작되어야 하는지, 그 출발점에 무엇이 있어야 하는지를 묻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기술은 사람을 대신하지만, 공정한 판단은 결국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그 사람을 어떻게 선택하느냐는, 행정의 품격을 결정짓는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