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0 (수)

  • 구름많음동두천 29.3℃
  • 맑음강릉 33.1℃
  • 구름많음서울 29.7℃
  • 구름조금대전 30.6℃
  • 구름조금대구 30.8℃
  • 맑음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0.5℃
  • 맑음부산 31.2℃
  • 맑음고창 31.0℃
  • 맑음제주 31.5℃
  • 구름많음강화 28.8℃
  • 구름조금보은 27.9℃
  • 맑음금산 29.4℃
  • 구름조금강진군 30.8℃
  • 맑음경주시 31.7℃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세종시청 테니스팀 해체…예산 앞에 무너진 '실업팀 13년 역사'

【세종=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세종시가 지역 유일의 실업팀인 테니스팀을 2025년 말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2011년 연기군 시절 창단돼 약 13년간 운영돼 온 팀이, 결국 ‘예산’이라는 현실 앞에서 역사의 마침표를 찍게 된 것이다.

 

 

시는 테니스팀 해체 결정의 가장 큰 배경으로 “시 재정 여건의 악화”를 내세웠다. 실제로 세종시는 2023년과 2024년 테니스팀 운영에 각각 약 1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왔다. 코치 1명과 선수 11명으로 구성된 이 팀의 인건비와 훈련비, 숙소비, 장비비, 차량유지비 등을 포함한 총 예산은 매년 시 체육 관련 예산 중 가장 큰 항목 중 하나로 꼽혔다.

 

세종시는 지난 해부터 테니스팀 운영에 대해 다양한 대안을 모색해 왔으나, 점점 높아지는 운영비와 선수단 구성의 불안정성, 경기력 하락 등을 이유로 결국 해체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오는 2025년, 선수 4명의 계약이 만료되고 나면 남는 선수는 7명뿐이며, 이들을 위한 추가 영입이나 계약 연장은 재정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그 대신 세종시는 유도팀을 창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테니스팀 대신 유도팀을 창단해 운영하면 연간 약 6억 4천만 원의 예산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이는 기존 장애인 유도팀 운영비(연 4억 7천만 원)에 약 1억 6천만 원을 추가한 규모다. 시는 유도 종목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메달 획득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창단 배경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세종시테니스협회는 “테니스팀은 세종시 체육의 상징이자 지역 내 유일한 실업팀이었다”며 “예산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해체 결정을 내리는 것은 밀실행정이며, 시민과 협회의 의견을 무시한 행정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세종시청 테니스팀은 최근까지도 국내외 대회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둬왔다. 국내 구미오픈에서는 여자 단식 우승, 국제 대회인 중국 퓨처스 대회에서도 남자 단식 우승을 차지했으며, 일부 선수는 현재도 국내 개인 랭킹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그럼에도 시는 해당 성과들이 대부분 ‘비메이저 대회’에서 나온 것이고, 팀 전체의 랭킹은 하락세라고 평가절하했다.

 

예산만큼 논란이 된 부분은 ‘절차’다. 협회 측은 “테니스팀 해체가 이미 오래전부터 내정돼 있었고, 선수단이나 협회, 지역 체육계와의 공식 협의나 토론 없이 일방적으로 방침이 내려졌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시는 “테니스팀은 시청이 직접 운영하는 직장운동경기부로, 협회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할 필요는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해체 결정의 명분으로는 선수단의 관리 부실 문제도 거론됐다. 전임 감독의 비위와 구속, 이후 신규 감독 채용과정에서의 성추행 신고 등으로 인해 지도자 공백이 약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팀 운영이 파행을 겪었고, 이 역시 해체 결정을 가속화한 배경 중 하나다.

 

하지만 체육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투자 대비 성과를 숫자로만 평가한 행정 편의주의의 결과”라며 “예산 감축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지역 체육의 철학과 지속 가능성은 돈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세종시는 선수들이 타 실업팀으로 원활히 이적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이적 지원 계획은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선수들은 이미 다른 지자체 팀으로 이적했으나, 나머지 선수들은 여전히 향후 진로에 대한 불확실성에 놓여 있다.

 

13년간 세종 체육의 자부심이었던 시청 테니스팀은 그렇게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예산”이라는 현실 논리는 명확하지만, 이 팀이 지역사회에 남긴 의미까지 지울 수 있을지는 또 다른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