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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치유와 평화, 공존이 피어나는 땅

금단의 땅, 수십년 "자연은 스스로를 치유하며 회복했다."

【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한반도 중심을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DMZ). 이곳은 오랫동안 전쟁의 흔적과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얼어붙은 땅이었다. 철조망과 지뢰밭, 초소와 경계선은 남과 북 사이에 가로놓인 차가운 현실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땅에서 우리는 치유와 평화, 그리고 공존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

 

 

DMZ는 역설적으로 ‘사람이 들어가지 못한 땅’이었기에, 자연은 스스로를 치유하며 회복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수십 년의 시간 동안, 이곳은 멸종위기 동식물의 보금자리가 되었고, 생태계의 보고로 다시 태어났다. 그것은 전쟁이 남긴 가장 아이러니한 선물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 땅을 사람의 발걸음이 다시 조심스럽게 밟고 있다. 'DMZ 평화의 길'은 더 이상 총소리 대신 바람 소리가 들리고, 긴장 대신 고요한 사색이 흐르는 길이다. 이 길을 걷는 이들은 단지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땅의 상처를 마주하고, 스스로의 내면도 돌아본다. DMZ는 더 이상 멈춘 시간이 아니라, 아물고 있는 시간이다.

 

평화는 단순히 총을 내려놓는 것이 아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DMZ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같다. 이 땅은 한때 총과 칼이 오갔던 곳이지만, 지금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 숨 쉬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남북이 나뉘어 있지만, 하늘은 이어져 있고, 강물은 끊기지 않는다.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평화가 거창한 정치의 결과가 아니라, 작은 공존의 실천에서 시작됨을 알게 된다.

 

DMZ 평화의 길을 걷다 보면,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질문이 떠오른다. ‘우리는 정말 평화를 원하고 있었을까?’, ‘공존의 가치는 얼마나 소중한 것일까?’ 걷는 길 위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과거를 넘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 그 자체다.

 

우리가 이 땅을 치유의 공간으로 기억할 수 있다면, 전쟁의 아픔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한때 단절과 적대의 상징이었던 이곳에서 나비가 날고, 사슴이 뛰어놀며, 아이들이 웃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것이 진정한 평화가 아니겠는가.

 

DMZ는 말한다. 상처는 지울 수 없지만, 그 위에 꽃을 피울 수는 있다고. 우리 모두가 그 꽃을 지키는 마음으로 이 길을 걷는다면, DMZ는 더 이상 전쟁의 흔적이 아닌 치유와 평화, 공존의 상징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