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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맑은 마음으로, 큰 산을 담다” — 박수현의 삶과 철학, 그리고 정치 너머의 이야기

‘말 잘하는 정치인’이 아닌, ‘말에 책임지는 사람’
경선과 대선,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손을 잡은 사람들’

“호수가 큰 산을 담을 수 있는 것은 깊어서가 아니라, 맑아서다.”

 

정치인 박수현을 설명하는 한 문장을 꼽으라면, 그는 주저 없이 이 말을 꺼낸다. 겸손하면서도 단단한 울림을 담은 이 문장은, 그의 말이 아니라 삶이었다.

 

충청남도 공주에서 태어난 박수현. 역사와 흙의 냄새가 공존하는 지역에서 그는 '성공'보다 '책임'을 먼저 배웠다. 그가 지금껏 정치의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한결같이 ‘국민을 담는 그릇’이 되기를 바랐던 이유이기도 하다.

 

박수현은 제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국토교통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화려한 말솜씨보다 정제된 언어, 검증된 자료, 현장 중심의 목소리로 평가받았다. 특히 ‘국회를 빛낸 바른언어상’을 세 차례 수상하며, “말을 가볍게 쓰지 않는 정치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설득의 기술이 아니라, 진심을 믿게 하는 일입니다.”

 

2021년,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으로 임명된 그는 ‘정부의 말을 국민에게’, ‘국민의 마음을 정부에게’ 전하는 중간자의 역할을 맡았다.

 

하루 수백 건의 민원을 직접 검토하고, 여러 차례 국민 여론 브리핑을 진행하면서 그는 단 한 번도 '속도'에 치우치지 않았다. 오히려 느리더라도 정확하고 정직한 메시지를 선택했다.

 

“분노는 즉각적이지만, 신뢰는 시간을 먹고 자랍니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그 기다림을 견디는 일입니다.”

 

2025년 이재명 대통령 후보 경선과 본선에서 공보단장으로 활약한 그는 “정치인은 거울처럼 비춰지는 존재여야 한다”는 소신 아래, 말 한 마디, 자료 하나에도 철저함을 요구했다.

 

특히 중앙선대위 수석부단장으로 있던 기간 중, 허위정보에 맞서 팩트체크 캠페인을 주도하며 “공보의 품격”이라는 말까지 끌어냈다.

 

정치 경력이 20년을 훌쩍 넘긴 지금, 박수현은 여전히 자신을 “배우는 중”이라고 말한다.

 

서울대학교에서 서양사학을 공부하다 자퇴하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그는 결국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며 석사를 마쳤다. 그 여정 속에서 중요한 건 학교가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려는 공부”였다고 말한다.

 

그의 서가에는 정치서적보다 사회학, 심리학, 복지에 관한 책이 더 많다.

 

국정감사 우수의원,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 국회의원, 환경부장관 표창, 백봉신사상… 그의 방에는 수많은 상패가 놓여 있다. 하지만 그에게 진짜 상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보다, 손을 한 번 잡고 고맙다고 말했던 사람들”이라고 한다.

 

“정치는 기록이 아니라, 관계입니다. 누가 기억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누구를 기억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공주에서 출발한 맑은 호수

그의 정치 인생은, 사실 어릴 적 공주 금학초등학교 앞 개울가에서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흙물과 나뭇잎, 햇살과 그림자가 어우러진 그 작은 물웅덩이에서 그는 ‘호수’라는 개념을 처음 배웠다.

 

“맑은 사람은 소리를 내지 않아도 풍경을 담을 수 있어요. 저는 지금도 그걸 연습하는 중입니다.”

 

‘깊이’는 때로 사람을 오만하게 만든다. 하지만 ‘맑음’은 늘 겸손 속에서 힘을 낸다. 박수현이라는 사람은, 정치라는 거친 세계에서 ‘맑은 호수’가 되기를 자처한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지금 그는 말한다.

“그냥, 저는 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담고, 듣고, 비우고 다시 담는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은, 시대가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