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강원도 원주시 명봉산 자락, 동화골길을 따라 오르면 고즈넉한 기운이 감도는 작은 절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동화사(桐花寺). 그 이름부터 남다른 사찰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한 편의 신비로운 전설이 있다.
옛날 이 산자락에는 울창한 오동나무 숲이 펼쳐져 있었다. 이 숲은 단순한 나무의 군락이 아니었다. 이곳에 사는 스님은 절 앞마당에 오동나무를 한 그루씩 정성껏 심었고, 시간이 흐르며 오동나무 숲은 점차 빼곡해졌다. 나무는 하늘을 찌를 듯이 자랐고, 숲은 어느덧 절을 감싸는 듯 우거졌다.
그러던 어느 날, 스님은 더는 햇볕이 들지 않는 절터를 보며 결심했다. 숲을 정리하기로. 그는 톱과 도끼를 들고 하나둘 오동나무를 베어나갔다. 그런데 마지막 한 그루를 쓰러뜨리려는 순간,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도끼날이 나무에 박히자, 온 산에 봉황의 울음소리가 메아리쳤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상처 난 나무의 옹이 사이로 붉은 핏물이 흘러나왔던 것이다. 산새들도 숨을 죽였고, 바람마저 멈춘 듯했다.
사람들은 이 오동나무 숲이 단순한 숲이 아니었으며, 그곳에 신령한 존재, 봉황이 깃들어 있었던 것이라 믿게 되었다. 이후 이 전설은 대대로 전해지며, 절은 그 이름조차 ‘오동나무의 꽃’, 동화사(桐花寺)라 부르게 되었다.
사라진 절, 다시 깃든 정성
동화사는 신라 말기에 창건되었으나, 오랜 세월을 거치며 폐사되었다. 그러나 그 정신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 세월이 흐른 후, 그 옛터 위에 다시 한 번 불심이 깃든 사찰이 세워졌고, 지금의 동화사는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하는 도량으로 다시 살아났다.
전설을 품은 숲길, 그리고 사람들
사찰 근처에는 동화마을수목원이 자리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걷기 좋은 산책길, 사색하기 좋은 자연 속 풍경은 전설의 숨결을 따라 걷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절에 들러 한 번쯤은 묻고 싶어진다.
“그 마지막 오동나무, 지금도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있을까요?”
혹은... 아직도 어딘가에서 봉황이 그 숲을 지키고 있지는 않을까?
여행 TIP
위치: 원주시 동화골길 236 (명봉산 자락)
추천 코스: 동화사 방문 → 수목원 산책 → 근처 명봉산 가벼운 등산
주요 포인트: 한적한 수행 도량, 전설과 전통이 깃든 역사적 장소, 가족 나들이 장소로 추천
신비와 평온, 전설과 자연이 어우러진 곳.
동화사에 담긴 오동나무와 봉황의 전설은
오늘도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이야기가 되어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