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한 중견기업의 전 대표 A씨가 해외 자회사에 대한 투자를 단행한 후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은 A씨가 2019년 회사 자금 150억 원을 동원해 동남아시아 현지법인에 투자하면서, 철저한 실사나 이사회 승인을 거치지 않았고, 결국 투자 자산의 대부분이 회수되지 못해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며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판단이 결과적으로 손실을 초래했다고 해서 곧바로 배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당시 피고인은 투자에 앞서 일정 수준의 실사를 진행했으며, 해당 사업이 회사의 중장기 전략과도 부합하는 정당한 경영상 판단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경영 행위는 본질적으로 위험을 수반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만으로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경영판단의 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을 판결 근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이번 판결은 해외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이 항상 배임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업계에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경영진의 판단이 사후적으로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A씨 측 변호인은 “법원이 경영상의 재량 범위를 인정한 점에 주목한다”며 “이번 판결이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에 불필요한 법적 리스크를 줄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투자의 내용과 구조, 피고인의 역할 등을 다각도로 고려할 때 실질적 사익 추구가 있었다고 본다”며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법조계 시사점
경영상 판단이 실패해도 형사처벌은 신중해야
회사 이익보다 개인 이익 추구 여부가 핵심 쟁점
향후 유사 사건에서 ‘실질 이익 유무’가 중요한 기준 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