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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일제강점기의 흔적, 안성의 중심이었던 그 건물..안성군수관사

― 옛 안성군수관사와 구 안성군청, 그 건축이 들려주는 이야기

【안성=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경기도 안성시 동본동 89-2번지. 한 세기 가까운 시간을 견뎌온 붉은 벽돌 건물 한 채가, 조용히 도시의 중심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안성의 행정과 근대 건축의 흔적을 담아낸 이 건물은 과거 안성군청의 본관과 군수 관사로 사용되었던 곳으로, 최근 리모델링을 마치고 ‘안성 문화창작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민 앞에 섰다.

 

 

안성의 근대 행정, 그 출발점
1928년 11월 28일. 안성군민 2,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새로운 군청사 준공식이 성대히 열렸다. 본관 건물 80평, 부속 사무실 24평, 군수 관사 27평 규모. 이 건물은 단순한 관공서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지역 주민들의 기부와 국고 지원으로 함께 만들어낸 이 공간은, 안성의 행정 중심이자 근대화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이후 1966년 군청이 신축 청사로 이전한 뒤에는 읍사무소, 동사무소, 주민센터 등으로 용도가 바뀌었고, 시대의 변화와 함께 건물도 조금씩 모습을 달리해왔다.

 

이 건물은 단순한 공공건축물이 아니다.

한국 근대 건축의 정형을 보여주는 벽돌 조적식 구조, 그리고 좌우대칭으로 배치된 창문과 출입구, 목조 지붕틀과 다락 공간 등은 일제강점기 지방 행정 건물의 전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외벽은 정교하게 쌓은 붉은 벽돌로 구성되었고, 창틀 주변에는 치장벽돌로 장식을 더했다. 특히 출입구와 창의 균형감 있는 배치는 당시 건축 미학을 보여주는 요소다. 현재는 내부 일부가 리모델링되어 현대적 용도로 재구성되었지만, 외관은 거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 당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준다.

 

그런 건물이 다시 주목받게 된 데에는 문화적 재생의 의지가 있었다.

 

안성시는 동본동 89-2번지 일원의 옛 안성군수관사를 리모델링하여, 지난 9월 15일(월) 준공식과 함께 시민에게 공식 개방했다. 1979년 준공된 군수 관사는 한때 지역사회의 중요한 의사결정과 교류의 중심지였지만, 이후 장기간 방치되며 활용되지 못했다.

 

그러나 2023년 ‘경기도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전환점이 찾아왔다. 건물은 문화예술과 시민활동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탈바꿈했고, 이름도 새롭게 ‘안성 문화창작플랫폼’으로 정해졌다.

 

이 플랫폼은 단순한 복원 공간이 아니다. 안성시는 그동안 ‘경기안성뮤직플랫폼’, ‘문화사료관’ 등 다양한 문화 기반 인프라를 구축해왔고, 이번 재생사업도 그 흐름의 연장선이다. 예술인에게는 창작의 터전, 시민에게는 문화 향유의 장이 되는 열린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시는 끊임없이 바뀌지만, 그 안의 건물은 시간을 담는다.

안성군수관사였던 이 벽돌 건물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그것은 근대 행정의 기록, 주민 참여의 흔적, 그리고 지속 가능한 문화공간으로의 재탄생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역사다.

 

오늘 우리는 이 건물의 새로운 시작을 지켜보고 있다. 한때 관공서였던 곳이, 이제는 음악이 울려 퍼지고 예술이 살아 숨 쉬는 플랫폼이 되었다. 마치 과거의 기억 위에 미래를 쌓아 올리는 듯한 풍경이다.

 

지나간 시간을 간직한 공간이 시민의 삶 속으로 다시 들어왔다. 그 자체로 건축의 가치이자, 도시의 품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