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9 (금)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비 오는 날에도 ‘무의미한 출근’…공공근로 방치한 주민센터, 책임자는 누구인가

【성남=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성남시 분당구의 한 공공근로 현장에서 최근 촬영된 사진 한 장은 행정의 무책임한 실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사진 속 공공근로자들은 파고라 아래 모여 앉아 잡담을 나누거나 쉬고 있다. 

 

 

비가 오는 날이었기에, 청소나 환경정비와 같은 야외 작업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모두 현장으로 출근한 상태였다. 출근만 했을 뿐, 현장 관리는 없었고, 근로 현장은 사실상 방치되어 있었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과연 공공근로의 취지에 부합하는가? 그저 근로자에게 일정 급여를 지급하기 위한 형식적 출근만 반복되는 지금의 시스템은, 시민 세금을 활용하는 복지 일자리 사업으로서의 공공근로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누가 책임져야 하나…주민센터 공공근로 담당자의 실질적 직무유기

공공근로사업은 단순한 일거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에 생계비를 보전하고, 사회적 자립을 돕기 위한 정부 주도 복지 일자리 사업이다. 그렇기에 이 사업의 운영에는 철저한 계획과 현장 중심의 관리가 필수적이다.

 

이를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공무원은 각 동주민센터(행정복지센터)에 배치된 공공근로 담당 주무관이다. 대체로 행정직 8~9급으로 구성된 이들은 다음과 같은 주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공공근로 담당 주무관은 단순한 출근 체크를 넘어, 현장 운영 전반을 책임져야 한다. 

 

이들의 주요 업무는 신청자의 자격을 심사하고 근무지에 배치하는 근로자 모집 및 선발, 출근부 작성과 근로 일지 확인을 통한 출퇴근 관리, 기상 상황을 고려한 근무 조정과 안전 점검, 업무 내용 전달과 현장 교육 실시, 구청과 시청에 대한 근로 현황 보고 및 예산 정산 등이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하면, 공공근로는 단순한 형식 행정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일부 주민센터에서는 이러한 역할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출근 체크만으로 근로를 끝낸 듯한 형식적인 행정 운영이 만연해 있으며, 근로자들이 실제로 어떤 환경에서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과 관심은 거의 없다. 특히 날씨나 근무 여건과 같은 현장 요소들을 반영한 유연한 조정은 사실상 전무하다.

 

이 같은 관리 부실이 반복될 경우,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업무태만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공공근로 담당자의 무관심과 무책임이 제도 전반의 신뢰를 흔드는 시작점이 되고 있는 셈이다.

 

형식적 행정의 구조적 문제…상급 관리자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단지 일선 공무원의 태도 문제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공공근로 사업의 운영에는 명확한 관리 체계가 존재하며, 주민센터의 주무관을 시작으로 팀장, 복지과장, 동장, 그리고 구청장과 국장에 이르는 지휘·감독 라인이 형성되어 있다.

 

이렇듯 명확한 구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실정이다. 주무관은 근로자와 현장을 관리하지 않고 있고, 팀장은 이를 감독하지 않으며, 동장은 실태를 파악하지 못한다. 결국, 구청장과 국장에 이르기까지 공공근로에 대한 현장 통제력과 책임 의식이 실종된 상태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문제를 두고 "공공근로가 실적용 문서 작성에만 치중되면서, 보고서 상 숫자 맞추기 행정으로 전락했다"고 지적된다. 참여자 수, 출근일 수, 예산 집행률 등은 보고서에서 잘 보이지만, 그 이면의 근로자 경험, 지역사회 기여, 실질적 효과는 점점 빈 껍데기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근로자에게도, 시민에게도 무의미한 사업으로 전락

공공근로 참여자들은 대부분 생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일터를 찾은 시민들이다. 단순한 급여만이 아니라, 일을 통한 자존감 회복과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긍지를 얻기 위해 이 사업에 참여한다. 그러나 비 오는 날 아무 일 없이 파고라 아래 대기만 하거나, 하루 종일 별다른 지시 없이 시간을 보내는 상황은 이들의 의욕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나아가 이런 운영 방식은 시민의 세금이 무의미하게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으로도 이어진다. 형식적으로만 운영되는 공공근로 사업은 정작 필요로 하는 지역사회 공공업무에는 기여하지 못하면서, 단순히 급여 지급을 위한 출근 체크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공공사업의 본래 취지 회복 시급…시스템 전면 점검 필요

공공근로 사업은 단지 일자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세금 기반의 복지정책이자, 행정의 신뢰도와 직결된 공공서비스다. 이 제도가 취지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담당자 개개인의 책임 이행은 물론, 관리 체계 전반의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

 

성남시와 각 자치구는 이번과 같은 현장 방치 사례에 대해 정밀한 실태 조사와 감사, 그리고 필요 시에는 공무원에 대한 인사 조치와 문책까지 단행해야 한다. 특히, 출근 여부 확인만으로 근로 관리가 끝나는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로잡고, 날씨 등 근로 환경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매뉴얼 정비와 현장 판단권 확대 등 실질적인 개선책이 뒤따라야 한다.

 

현장과 동떨어진 형식적 행정은, 공공근로 참여자에게는 시간 낭비와 존엄 훼손, 시민에게는 세금 낭비와 행정 불신을 안겨줄 뿐이다. 더 늦기 전에, 공공근로 시스템은 근본적인 변화와 점검이 필요하다. 형식이 아닌 책임과 실질이 담보된 공공근로 운영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