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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정 이지함, 보령 유학자..애민의 삶”

민중의 스승, 그 정신을 잇는 도시 보령

【보령=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충청남도 보령시. 서해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이 고장에는 조용히 흐르는 시간 속에 강한 울림을 남긴 인물이 있다.

조선 중기의 실천 유학자이자, 민중의 삶을 껴안았던 철학자 토정 이지함(李之菡, 1517~1578). 그리고 그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이 땅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보령 땅에 잠든 선비

보령시 주교면 고정리 산기슭에는 조선시대 유학자 이지함의 묘소가 자리하고 있다. 흙으로 만든 정자에서 살았다는 뜻의 호, '토정(土亭)'을 남긴 이지함은 생전 권세보다는 민생을 택했던 인물이었다.

그의 묘역은 현재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320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시민과 방문객들에게 이지함의 삶과 철학을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유적지다.

 

묘소에는 군더더기 없는 봉분과 석물들이 조촐하게 배치되어 있다. 그의 생전 철학처럼, 검소하고 담백한 모습이다. 조선 중기, 권문세가의 혈통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낮추고 민중 속으로 들어간 그의 삶은 이 묘소 안에서도 고요하게 이어지고 있다.

 

‘토정의 정신’을 잇는 도시, 보령

보령시에서 이지함의 정신은 단지 역사 속 인물로 기억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사상을 오늘날 시민과 나누고, 그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토정 이지함 상’의 제정이다.

이 상은 매년 지역사회에서 이웃사랑과 봉사, 문화 향상에 기여한 시민을 발굴해 시상한다. 단순한 공로상이 아니라, 토정이 생전에 보여준 애민(愛民)과 실천의 정신을 계승하는 상이기도 하다.

2024년에는 대천1동의 이선희 씨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평소 저소득층 기부, 어르신 돌봄, 환경 정화활동 등 다양한 봉사를 통해 지역 사회에 따뜻한 울림을 전한 공로였다. 토정의 삶처럼, 그는 이름 없이 살며 이웃을 위한 행동을 택한 인물이었다.

 

문화유산 속에서 되살아난 철학자

보령시는 나아가 토정 이지함을 도시의 문화 콘텐츠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25년 보령시가 주최하는 ‘국가유산야행’ 행사의 주제는 바로 “토정 이지함, 충청수영성에 길을 묻다”였다.

조선 수군의 요충지였던 충청수영성을 배경으로, 야간 개방, 전통 체험, 예술 공연, 전시, 음식, 수공예 시장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렸다. 이 안에는 토정 이지함의 사상과 일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포함되었다.

 

이는 단지 과거를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 브랜드와 역사 자산을 연결하는 시도였다.

이지함이 꿈꾸었던 세상, 백성과 관이 하나 되어 살아가는 사회의 이상은 오늘날 지역 문화 속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400년의 정신, 지금 되살아나다

토정 이지함은 관직보다 백성을, 이론보다 실천을 중시했던 인물이었다.

사람을 중심에 두는 그의 철학은 여전히 유효하다. 기후 위기, 경제 양극화, 고립과 불안이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사람을 먼저 생각하라’는 그의 목소리는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

 

보령은 그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묵묵히,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그 정신을 오늘로 잇고 있다.

 

묘소의 흙은 말이 없다. 하지만 그 흙에서 자라나는 가치와 철학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마음에 씨앗이 되고 있다.

 

“백성을 위하는 길, 그 길의 시작과 끝은 사람이다.”

— 토정 이지함, 그리고 그를 기억하는 도시 보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