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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의회 정상화를 위한 조건은

의회가 장기간 정상 궤도를 이탈한 상황에서, 이제 필요한 것은 책임 공방이 아니라 회복을 위한 구체적 해법이다.

 

의회는 갈등이 불가피한 정치 공간이지만, 갈등을 조정하지 못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의회 정상화의 출발점은 원칙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무엇보다 의장 공백 상태를 조속히 해소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의장 궐위 시 즉각적인 선출이 원칙임에도 이를 장기간 미룰 수 있는 구조는 제도의 허점이다. 일정 기간 내 선출을 의무화하고, 기한을 넘길 경우 자동 선출 절차나 중립적 임시 의장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직무대행 체제의 장기화는 의회 권력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상임위원회 운영의 예측 가능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상임위원장 배분과 교체, 사보임이 다수당의 의결만으로 가능하다면 상임위는 협의의 공간이 아닌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장이 된다. 여야 간 관행으로 유지돼 온 몫 배분 원칙을 제도화하고, 상임위원장 교체 요건을 명확히 규정해 정치적 판단의 여지를 최소화해야 한다.

 

소수 의견 보호 장치도 시급하다.

본회의 의사진행발언, 신상발언, 긴급현안 질의는 단순한 발언권이 아니라 의회 민주주의의 안전판이다. 발언의 남용을 관리할 수는 있지만, 원천적 차단은 의회의 기능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낳는다. 발언 시간과 횟수 조정 등 합리적 운영 기준을 마련해 견제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또한 윤리위원회의 독립성과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

징계 절차가 정치적 갈등의 연장선으로 인식되는 순간, 윤리는 통제 수단으로 전락한다. 외부 위원 비율 확대, 징계 사유와 기준의 명문화, 공개성 강화 등을 통해 윤리위원회가 갈등 조정 기구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회 운영 전반에 대한 여야 공동 합의문 도출이 필요하다.

의장 선출, 상임위 구성, 발언권 보장, 사보임 원칙 등 최소한의 운영 규칙을 문서로 합의하고 공개하는 것이 정상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는 어느 한쪽의 양보가 아니라, 의회 자체를 지키기 위한 공동의 책임이다.

 

의회는 승패를 가르는 전장이 아니라 시민을 대신해 토론하고 결정하는 공적 기구다.

다수의 힘이 아닌 제도의 균형 위에서 작동할 때, 의회는 비로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정상화는 상대를 굴복시키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원칙을 복원하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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