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농촌 마을의 한 장짜리 달력이 이웃의 이름을 다시 불러내며 사라져가던 관계의 온도를 되살리고 있다.
충북 단양군 영춘면 유암1리에서는 주민들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담은 ‘마을 달력’을 통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러운 안부와 축하가 오가는 풍경이 이어지고 있다.
특별한 행사도, 거창한 프로그램도 없다. 달력 한 장이 걸렸을 뿐이다.
이 달력에는 마을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이 표시돼 있다.
날짜 옆에 적힌 이름을 보다 보면 “오늘이 누구 생일이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달력은 더 이상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을 기억하게 하는 매개가 되고 있다.
이 작은 변화의 시작은 2022년이다. 유암1리는 당시 행복마을 사업의 일환으로 처음 마을 달력을 제작했다.
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주민들은 이를 멈추지 않았다.
2023년부터 올해 2026년까지는 마을회비를 모아 달력을 자체 제작하며 ‘기억하는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달력의 또 다른 특징은 사진 구성이다.
달력에 실린 사진들은 전문 촬영물이 아닌, 1년 동안 마을 행사와 일상 속에서 틈틈이 찍은 주민들의 모습으로 채워졌다.
마을 잔치, 경로당 풍경, 소소한 일상의 순간들이 사진으로 담기며 달력은 기록물이자 추억의 앨범 역할을 하고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농촌에서는 이웃의 생일이나 기념일을 챙기기 쉽지 않다. 조용히 지나가는 날들이 늘어나고, 안부를 묻는 일도 점점 줄어든다.
유암1리의 마을 달력은 이런 현실 속에서 “서로를 다시 기억하자”는 주민들의 소박한 제안에서 출발했다. 달력이 걸린 이후 마을의 일상은 조금씩 달라졌다.
생일을 맞은 어르신 집에 이웃이 들러 떡이나 과일을 건네고, 결혼기념일을 확인한 주민은 “오래오래 함께 사시라”며 덕담을 전한다.
달력 속 이름 하나가 대화를 만들고 웃음을 불러온다. 주민들은 “달력 덕분에 하루가 덜 외롭다”고 말한다.
누군가 자신의 생일을 기억해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놓이고, 결혼기념일조차 잊고 지내던 부부에게는 이웃의 축하 한마디가 오래 남는 기억이 된다.
이 마을 달력은 마을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외지에 나가 있는 출향인과 자녀들에게도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달력을 통해 부모의 얼굴과 마을의 풍경을 접하며 고향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
이 마을 달력에는 큰 예산도, 화려한 디자인도 없다. 대신 사람에 대한 관심과 공동체의 기억이 담겼다.
날짜마다 적힌 이름과 기념일은 유암1리를 다시 ‘함께 사는 마을’로 묶어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유암1리 사례는 제도나 예산보다 사람의 마음이 공동체를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작은 아이디어가 고령화 시대 농촌 공동체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