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출산율 0.6명대. 이미 우리 사회는 인구 절벽을 넘어서 ‘생존을 위협받는 구조’로 진입했다. 매해 수십 조 원의 출산·양육 예산이 투입되지만,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부족하다.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정책이 현장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다자녀 가족지원카드의 지역 제한 문제다. 지자체마다 다자녀 가정에 문화·복지시설 이용료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지만, 혜택은 해당 지자체 거주자에게만 한정되어 있다. 같은 시설을 이용해도 서울시민은 할인받고, 경기도민은 혜택이 없다. 수도권이라는 하나의 생활권에 살면서도 복지 정책은 칼같이 경계를 그어 역차별을 낳는다.
이 모순을 바로잡기 위해 나선 인물이 있다. 경기도의회 유호준 의원(국민의힘)이다. 그는 최근 ‘다자녀 가족지원카드의 지역 구분 없는 사용을 위한 제도 개선 촉구 건의안’을 대표 발의하며, 다자녀 지원 혜택의 전국 통합 사용체계 마련을 중앙정부에 정식 요구했다.
이 건의안은 단순히 행정 편의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복지의 형평성과 실효성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아이를 셋 낳고 키우는 부모가 서울에 살든, 수원에 살든,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왜 ‘주소지’가 그들의 혜택을 가르나? 출산율 제고를 위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움직임이다.
유 의원이 제안한 건의안은 다음과 같은 핵심을 담고 있다.
첫째, 다자녀 가족지원카드의 전국 통합 또는 상호 호환 체계 구축.
둘째, 공공시설 이용 시 거주지 구분 없는 동일한 복지 혜택 적용.
셋째, 지자체 간 조례 및 시스템 표준화와 통합 플랫폼 구축.
넷째, 복지 격차 해소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정책 연계.
물론 일부 지자체는 이미 타 지역 거주 다자녀 가정에 혜택을 제공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서울시처럼 조례상 제한을 이유로 타지역 가족을 배제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수도권 인프라를 공동 이용하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행정의 한계다.
복지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운영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유 의원의 건의안은 단지 ‘지방의 한 조례’ 차원을 넘어, 보편적 복지 실현을 위한 제도 설계의 재정립 요구라고 볼 수 있다. 거주지에 따라 차별받는 복지는 출산을 꺼리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중앙정부가 이 건의안을 단순 참고 자료로 넘긴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기회를 날려버리는 셈이다. 지금 필요한 건, 과감한 제도 통합과 실질적인 행정 연계다. 지역을 기준으로 한 복지 시스템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경기도의회는 이번 건의안을 대통령실, 국무총리실,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를 포함한 전국 광역·기초 지자체와 시도의회에 정식 이송했다. 그리고 타 광역의회와 연대해 전국적인 정책 개선 흐름을 주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출산 친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중앙정부가 이 제안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