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쇼(No-show)’는 단순한 약속 파기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생계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악의적 폐해다. 최근 수원 인계동에서 식당 ‘바다예찬’을 운영하는 김성길 셰프는 자신의 SNS에 단체 예약 노쇼로 인한 피해 사실을 고발했다. 그 피해 규모는 1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사연은 이렇다. 4시 30분, 총 23명이 방문한다는 예약이 접수됐다. 김 셰프는 대형 룸을 세팅하고, 생선회와 구이, 조림, 튀김, 무침, 탕에 이르기까지 20여 가지 음식을 정성껏 준비했다. 다른 손님은 받지 못한 채 온전히 이 예약 손님을 위한 준비에 집중했다. 그러나 정작 예약 시간엔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말 그대로 ‘먹튀’ 아닌 ‘예약튀기’였다.
이 같은 노쇼는 자영업자에게 단순한 장난이나 실수가 아닌,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로 연결된다. 김 셰프는 “이 경기에 적자 경영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속이 뒤집어진다”며 울분을 토했다. 예약자 이름까지 공개한 그의 글은 절박함의 표현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런 행위가 반복되도록 방치되는가?
노쇼는 예약 문화의 악성 암이다. 일부 플랫폼과 식당에서는 자체적인 보증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여전히 대다수 자영업자들은 ‘신뢰’만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그 결과는 음식물 폐기, 영업 기회 상실, 극심한 스트레스다.
실제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노쇼에 대한 법적 제재가 존재한다. 반면, 우리는 여전히 "그럴 수도 있지"라는 태도로 넘긴다. 자영업자들이 감당해야 할 손실은 고스란히 개인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제는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 예약 시 보증금 제도 확대, 반복 노쇼에 대한 민사적 손해배상 청구 간소화, 악의적 예약 취소자에 대한 정보 공유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만 ‘신뢰’라는 이름의 영업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노쇼는 단순한 예의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하루를 망치고, 생계를 끊고, 삶의 의지를 꺾는 폭력일 수 있다. 손님도 권리를 누리는 만큼, 책임도 져야 한다.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자영업자의 절규에 눈감지 않기를 바란다.